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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모 / 조지훈

  • 작성자 사진: bluefairy118
    bluefairy118
  • 2022년 1월 25일
  • 1분 분량









사모 / 조지훈

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

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

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.

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

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.

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

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

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

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

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

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

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

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

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

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

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.



 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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